전체 글83 은하와 우주 (딥필드, 적색이동, 암흑물질) 솔직히 저는 은하(Galaxy)와 별이 다르다는 걸 오랫동안 제대로 몰랐습니다.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것들이 전부 별인 줄 알았는데, 사실 그 희미한 점 하나하나가 수천억 개의 별로 이루어진 은하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꽤 멍했습니다. 어릴 적 시골에서 부모님과 함께 봤던 은하수가 떠올랐고, 그때 그냥 예쁘다고만 생각했던 그 빛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딥필드 사진과 적색이동이 말해주는 것허블 우주 망원경이 1995년에 처음 공개한 허블 딥 필드(Hubble Deep Field) 사진을 처음 봤을 때, 저는 한참 화면만 바라봤습니다. 그 사진 안에 보이는 수천 개의 점들이 전부 별이 아니라 은하라는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진 속 점 하나에 태양 같은 별이 수천억 개씩 .. 2026. 7. 10. 게임 이론 (죄수의 딜레마, 팃포탯, 협력) 직장에서 팀끼리 협조하면 더 빠를 것 같은데 왜 다들 정보를 숨기게 될까요? 게임 이론은 바로 그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수학에서 출발해 경제학·생물학·국제정치까지 스며든 이 학문을 통해, 사람들이 왜 손해인 줄 알면서도 배신을 택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협력이 유지되는지 살펴봤습니다.죄수의 딜레마 — 왜 다들 손해인 선택을 할까요?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모두가 이익인데, 막상 그 자리에 서면 먼저 내미는 손이 손해처럼 느껴지는 상황 말입니다.저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부서 간 실적 경쟁이 심하던 시기에 옆 팀과 데이터를 공유하면 일정이 훨씬 당겨질 수 있었는데, 다들 "괜히 먼저 줬다가 성과만 빼앗기는 거 아니야?" 하는 눈치였습니다. 결국 정보는 각자 쥔 채 야근.. 2026. 7. 10. 조절 T세포 (면역 과민반응, 자가면역질환, 면역관용) 면역력이 강하면 무조건 건강하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알레르기성 비염 진단을 받고 나서 처음으로 '면역이 너무 세도 문제'라는 말을 들었을 때 꽤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2024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바로 그 '지나친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세포'를 발견한 연구에 돌아갔습니다.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 우리가 몰랐을 뿐 늘 묵묵히 일하고 있던 세포입니다.면역 과민반응, 강한 게 아니라 오버하는 것일반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말을 감기에 걸리거나 피곤할 때 습관처럼 씁니다. 저도 매년 환절기마다 비염이 터질 때면 '면역력 보충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홍삼이나 비타민을 찾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완전히 거꾸로 된 이해였습니다.알레르기성 비염은 면역이 약해서 생기는.. 2026. 7. 9. 인간 본성 (영장류, 서열, 보노보) 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사람은 원래 착하다'는 쪽이었습니다. 회사에 들어갈 때도, 교회 청년부에서 함께 행사를 준비할 때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인간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를 영장류 행동생태학 데이터로 파헤쳐봤습니다. 결론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영장류가 인간의 거울인 이유인간도 영장류입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영장류(靈長類, Primates)란 현재까지 약 500종이 확인된 분류군으로, 여기에는 원숭이, 유인원, 그리고 인간이 포함됩니다. 18세기 식물학자 린네가 이 그룹에 '최고의 종'이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인데, 지금 보면 꽤 나르시시즘적인 작명이긴 합니다.유인원에 속하는 종은 인간, 침팬지, 보노보, 오랑.. 2026. 7. 9. 기술이 발전할수록 왜 더 바빠질까 (욕구 증가, 탈숙련, AI 노동) 기술이 발전하면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세탁기가 생기면 빨래 시간이 줄고, AI가 생기면 업무가 줄어든다고요. 그런데 저는 입사 이후 오히려 반대 경험을 했습니다. 시스템은 좋아졌는데 처리해야 할 일은 계속 늘어났습니다. 케인스가 "2030년이면 주 15시간만 일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현실에서 하루 12~15시간을 일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단순한 게으름이나 비효율이 아니라는 점이 이 글의 핵심입니다.기술이 편해질수록 욕구도 함께 커진다1920년대 미국에서 세탁기가 중산층 가정에 보급되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가사 노동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10시간짜리 빨래를 1시간 만에 끝낼 수 있으니, 나머지 9시간은 온전히 자유 시간이 될 거라.. 2026. 7. 9. 바나흐-타르스키 역설 (부피의 정의, 선택공리, 수학적 역설) 수학 시간에 원기둥 부피를 구하는 공식을 외우면서도 "부피가 정확히 뭔지"는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수학자들이 2천 년 넘게 써온 부피 계산법에 근본적인 균열이 생겼고, 그 끝에서 나온 결론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콩 하나를 쪼개 태양 크기로 만들 수 있다는 바나흐-타르스키 역설, 그리고 그 배경에 있는 선택공리 논쟁까지 실제로 따라가 보니 수학이 얼마나 근본적인 질문을 품고 있는 학문인지 새삼 느꼈습니다.부피의 정의, 왜 수학자들은 2천 년 만에 다시 물었나학교 다닐 때 저는 적분을 배우면서 "이상하게 생긴 도형도 잘게 쪼개서 더하면 부피가 나온다"는 것을 공식처럼 받아들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만, 이 방식이 사실 기원전 아르키메데스부터 내려온 아이디어라.. 2026. 7. 8. 이전 1 2 3 4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