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은하와 우주 (딥필드, 적색이동, 암흑물질)

by 하일노트 2026. 7. 10.

솔직히 저는 은하(Galaxy)와 별이 다르다는 걸 오랫동안 제대로 몰랐습니다.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것들이 전부 별인 줄 알았는데, 사실 그 희미한 점 하나하나가 수천억 개의 별로 이루어진 은하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꽤 멍했습니다. 어릴 적 시골에서 부모님과 함께 봤던 은하수가 떠올랐고, 그때 그냥 예쁘다고만 생각했던 그 빛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딥필드 사진과 적색이동이 말해주는 것

허블 우주 망원경이 1995년에 처음 공개한 허블 딥 필드(Hubble Deep Field) 사진을 처음 봤을 때, 저는 한참 화면만 바라봤습니다. 그 사진 안에 보이는 수천 개의 점들이 전부 별이 아니라 은하라는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진 속 점 하나에 태양 같은 별이 수천억 개씩 들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제가 직장에서 고민하는 문제들이 얼마나 좁은 시야에서 비롯된 건지 잠시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딥 필드 사진은 망원경 카메라를 장시간 노출하는 방식으로 촬영합니다. 한 번에 길게 노출하면 우주선(Cosmic Ray), 즉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가 카메라 센서를 손상시키고 다이내믹 레인지를 벗어나기 때문에, 10~20분씩 수백 장을 찍어 합치는 방식을 씁니다. 허블 익스트림 딥 필드는 이렇게 2,000장의 사진을 10년에 걸쳐 쌓아 완성됐습니다(출처: NASA HubbleSite).

사진에서 은하까지의 거리를 가늠하는 데는 적색이동(Redshift)이 쓰입니다. 여기서 적색이동이란 은하에서 출발한 빛이 우주 팽창으로 인해 파장이 길어지면서 붉은 계열로 관측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파장이 짧을수록 파란색, 길수록 붉은색으로 보이는데,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적색이동 값이 크게 나타납니다. 적색이동 값 0은 현재를, 숫자가 커질수록 더 먼 과거의 우주를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2021년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은 이 적색이동 14에 해당하는, 즉 우주 나이 약 3억 년 시절의 은하를 포착해 냈습니다(출처: NASA James Webb Space Telescope). 저는 이 부분에서 솔직히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겨우 3억 년밖에 안 된 우주에서 이미 원반 구조를 갖춘 은하가 발견됐다는 건, 과학자들이 예측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은하가 형성됐다는 뜻이거든요.

기존의 표준 우주 모형인 람다-CDM(Lambda-CDM)은 우주 상수(람다)와 차가운 암흑 물질(Cold Dark Matter)을 기반으로 은하 형성 속도를 예측합니다. 쉽게 말해, 우주가 균질하게 시작해서 물질이 천천히 모여 은하가 만들어진다는 모델입니다. 그런데 제임스 웹의 관측 결과는 이 모델이 예측한 것보다 훨씬 빠른 은하 형성 속도를 보여줬고, 지금 천문학계에서는 관측 오류인지 모델 수정이 필요한지를 놓고 활발하게 논의 중입니다. "이미 답이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과학을 더 흥미롭게 만든다고 봅니다.

  • 허블 딥 필드(1995): 약 300장을 합성, 은하 수천 개 포착
  • 허블 울트라 딥 필드(2004): 약 800장 합성, 더 먼 초기 우주 은하 관측
  • 허블 익스트림 딥 필드(2012): 약 2,000장, 10년치 관측 데이터 합산
  • 제임스 웹 딥 필드(2022~): 적색이동 14 수준의 초기 우주 은하 발견
요약: 딥 필드 사진 속 점 하나가 수천억 개 별로 이루어진 은하이며, 적색이동을 통해 거리를 측정한 제임스 웹은 기존 우주 모형을 흔드는 초기 은하를 발견했다.

 

암흑물질과 암흑 은하, 보이지 않는 우주의 뼈대

은하를 구성하는 성분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당연히 별과 가스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주의 구성 비율을 보면 암흑 에너지가 약 70%, 암흑 물질(Dark Matter)이 약 25%,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보통 물질은 고작 5%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아는 모든 별, 가스, 행성, 사람까지 포함해도 우주 전체의 5%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 우주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 숫자 앞에서는 매번 멈추게 됩니다.

은하가 형성될 때 가장 먼저 뼈대를 만드는 것이 바로 암흑 물질 헤일로(Dark Matter Halo)입니다. 여기서 헤일로란 은하를 공처럼 둘러싸고 있는 암흑 물질의 구형 분포를 말합니다. 계란으로 비유하자면 노른자(별과 가스로 이루어진 원반)를 흰자(암흑 물질 헤일로)가 감싸고 있는 구조입니다. 별과 가스는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따라 회전하며 납작하게 모여 원반을 형성하지만, 암흑 물질은 에너지를 외부로 방출하지 못해 납작해지지 않고 구형을 유지합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은하는 납작한 원반이어도, 암흑 물질까지 포함하면 전체 구조는 이상적인 구 형태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암흑 물질만 있고 별이 없는 은하도 있을까요? 저도 처음에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런 천체가 발견됐습니다. 별이 없고 가스와 암흑 물질로만 이루어진 천체를 암흑 은하(Dark Galaxy)라고 부릅니다. 한 발 더 나아가 가스조차 없는, 순도 100%의 암흑 물질로만 구성된 천체는 고스트 갤럭시(Ghost Galaxy)로 불립니다. 이름처럼 사진에 찍혀 있어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입니다.

우리 은하 주변에는 위성 은하(Satellite Galaxy)가 약 60개 발견됐습니다. 위성 은하란 우리 은하의 중력권 안에 묶여 함께 움직이는 작은 은하들로,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과 비슷한 관계입니다. 그런데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계산하면 수백에서 수천 개가 있어야 하는데 수십 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른바 '잃어버린 위성 은하 문제'가 오래전부터 제기됐습니다. 암흑 은하 연구는 이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별이 없어서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중력적으로는 실재하는 은하들이 그 숫자를 채우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br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살펴보니 천문학은 보이지 않는 것을 추적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집니다. 물리학자가 지하로 내려가 입자를 잡으려 한다면, 천문학자는 은하의 가스 움직임을 보며 보이지 않는 물질의 존재를 추론합니다. 출근길에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도 없던 저에게, 이 '보이지 않는 것을 찾는 방식'이 묘하게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요약: 우주의 95%는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보이지 않는 암흑 은하와 고스트 갤럭시 연구는 우주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 단서가 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은하와 별자리는 어떻게 다른 건가요?

A. 별자리는 지구에서 바라봤을 때 특정 방향에 위치한 별들을 연결해 이름 붙인 것으로, 실제로는 서로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반면 은하는 수십억에서 수천억 개의 별과 가스, 암흑 물질이 중력으로 묶여 하나의 집단을 이룬 실체입니다. 별자리가 지도 위의 행정 구역 이름이라면, 은하는 실제로 존재하는 도시에 가깝습니다.

 

Q. 적색이동 숫자가 클수록 더 오래된 우주를 본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A. 빛은 속도가 유한하기 때문에 멀리 있는 은하에서 출발한 빛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지구에 도달합니다. 즉 멀리 있는 은하를 보는 것은 그 은하의 과거 모습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적색이동 값이 14라면, 우주가 태어난 지 약 3억 년밖에 안 됐을 때 출발한 빛을 지금 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타임머신처럼 과거를 본다"는 표현이 천문학에서는 말 그대로 사실입니다.

 

Q.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가 충돌하면 지구는 어떻게 되나요?

A. 약 60억 년 후 두 은하가 합쳐질 것으로 계산되지만, 은하 내 별과 별 사이의 거리가 워낙 넓어 별끼리 직접 충돌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다만 두 은하의 가스가 충돌하면서 새로운 별이 대량으로 탄생하는 불꽃놀이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때쯤이면 태양 자체의 수명이 다할 시기이기도 해, 지구 문제보다 훨씬 근본적인 고민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Q. 시민 과학으로 은하 분류에 참여할 수 있나요?

A. 나선 은하, 타원 은하, 불규칙 은하를 구분하는 작업은 전문 학위 없이도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일반 시민이 은하 사진을 보고 형태를 분류하는 시민 과학 프로젝트가 국내외에서 진행 중입니다. 한 은하에 최소 9명 이상의 결과를 다수결 방식으로 취합해 오류를 걸러내는 구조입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런 참여형 과학이 우주를 더 친근하게 만드는 좋은 방식이라고 봅니다.

 

결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눈앞의 문제만 크게 보이는 날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런 우주 이야기를 조금만 들어도 시야가 달라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우리 은하만 해도 태양 같은 별이 1,000억 개나 있고, 그 은하가 국부 은하군에 속하고, 그 위에 초은하단이 또 있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 제가 붙잡고 있는 고민이 얼마나 좁은 것인지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과학이 모든 정답을 이미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번에 다시 한번 그렇지 않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람다-CDM 모형과 제임스 웹 관측 결과 사이의 불일치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밤에 캠핑을 가거나 여행지에서 밤하늘을 볼 기회가 생긴다면, 그냥 예쁘다고 넘기지 말고 저 희미한 빛 하나에 수천억 개의 별이 들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꽤 차분해집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p_05sMh3xw&list=PLkKcqR2KGxgzqeKZo1Rx93kJFokuVkpye&index=7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

<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