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엔 전기와 자기가 완전히 별개의 현상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중학교 때 코일과 건전지로 모터를 만들면서 "신기하다"고만 느꼈지, 왜 그게 움직이는지는 한 번도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둘이 사실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하나의 현상이라는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나서야, 오래된 의문들이 한꺼번에 풀리는 기분을 받았습니다.

전기와 자기, 왜 같은 현상이라고 하는 걸까
솔직히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바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전기는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있고, 자기는 N극과 S극이 있습니다. 특성도 다르고, 느껴지는 방식도 다릅니다. 겨울철에 문 손잡이를 잡을 때 따끔하는 정전기와, 냉장고에 붙여두는 자석이 같은 현상이라니 직관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둘이 다르다는 결론에 처음 도달한 사람도, 역설적으로 이 둘을 실험으로 꼼꼼히 비교한 사람이었습니다. 16세기 영국의 과학자 윌리엄 길버트는 자석을 뜨겁게 하면 자성이 사라지는데 정전기는 남아 있고, 습도가 높아지면 정전기는 줄어드는데 자석은 그대로 붙는다는 걸 직접 실험으로 확인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는 충분히 타당한 결론이었습니다.
그런데 19세기 덴마크의 물리학자 한스 크리스티안 외르스테드가 전류가 흐르는 도선 옆에 나침반을 우연히 놓았다가 바늘이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전류(도선을 따라 흐르는 전하의 이동)가 자기장을 만든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관측된 순간이었습니다. 여기서 자기장이란 자석이나 전류 주변에 형성되어 다른 자석이나 전하에 힘을 미치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패러데이의 역발상과 전자기 유도의 발견
제 경험상, 과학에서 가장 강력한 질문은 "반대로 하면 어떻게 될까?"입니다. 마이클 패러데이가 딱 그 질문을 했습니다. 전류가 자기장을 만든다면, 자기장을 움직이면 전류가 생기지 않을까?
패러데이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제본소에서 일하며 독학으로 과학을 공부했습니다. 수학에 능숙하지 않아 실험 결과를 그림과 직관으로 표현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본질을 꿰뚫는 통찰로 이어졌습니다. 그가 발견한 전자기 유도(Electromagnetic Induction)는, 자석이 움직이거나 코일 주변의 자기장이 변할 때 코일에 전류가 유도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자석을 구리 코일 안에서 흔들면 LED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장면을 영상으로 본 기억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이 원리입니다. 제가 어릴 때 그냥 신기하다고만 넘겼던 자전거 발전 조명도 사실은 패러데이가 발견한 이 원리 그대로였습니다.
이 발견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전기는 사실상 대부분 이 원리로 만들어집니다. 화력, 원자력, 수력 발전소 모두 결국 터빈을 돌려 자석을 회전시키고, 그 움직임으로 전류를 만들어 냅니다. 패러데이가 이 실험을 보여줬을 때 누군가 "이게 어디에 쓸모 있냐"고 물었고, 그는 "갓 태어난 아이가 어디에 쓸모 있는지 어떻게 압니까, 나중엔 여기에 세금을 매기게 될 겁니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 말이 그대로 현실이 됐습니다.

맥스웰 방정식, 전기와 자기와 빛을 하나로 묶다
패러데이가 실험으로 전기와 자기의 연결고리를 찾았다면,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그걸 수학의 언어로 완성했습니다. 맥스웰 방정식(Maxwell's Equations)은 총 네 개의 식으로 구성되며, 전기장과 자기장이 어떻게 생성되고 변화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하나의 체계로 기술합니다.
맥스웰 방정식이 담고 있는 핵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하가 있으면 그 주변에 전기장이 생성된다
- 자기장의 N극과 S극은 절대 분리되지 않는다
- 자기장이 시간에 따라 변하면 회전하는 전기장이 유도된다 (패러데이 법칙)
- 전류가 흐르면, 그 주변에 회전하는 자기장이 생성된다 (외르스테드의 발견)
그런데 맥스웰이 단순히 앞선 발견들을 정리하는 데 그쳤다면 오늘날 이렇게 유명해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는 세 번째와 네 번째 식의 대칭성에서 뭔가 빠진 항이 있다는 걸 수학적으로 감지했고, 변위 전류(Displacement Current)라는 개념을 추가했습니다. 변위 전류란 실제 전하의 이동이 없어도 전기장이 시간에 따라 변할 때 자기장을 만드는 효과를 말합니다. 이 항 하나를 추가하고 방정식을 결합해 풀었을 때,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를 만들면서 공간을 전파하는 파동이 도출됐습니다.
그리고 그 파동의 속도를 계산했더니, 당시 측정된 빛의 속도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빛이 전자기파(Electromagnetic Wave), 즉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 진동하며 나아가는 파동이라는 사실이 수식에서 그냥 튀어나온 겁니다. 전기, 자기, 빛이 근원적으로 하나라는 것을 맥스웰은 실험 없이 수학으로 먼저 증명해 보였습니다. 이후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 역시 빛의 속도가 관측자와 무관하게 일정하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데, 그 출발점 자체가 맥스웰 방정식에서 나온 결론이었습니다(출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일상에서 전자기학을 다시 보는 법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제가 예전에 그냥 지나쳤던 경험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어폰 선 안에 들어 있는 스피커는 전류가 만든 자기장으로 진동판을 움직이고, 그 진동이 소리가 됩니다. 인덕션 레인지는 코일에 교류 전류를 흘려 변화하는 자기장을 만들고, 그게 냄비 바닥에 맴돌이 전류(Eddy Current)를 유도해 열을 발생시킵니다. 맴돌이 전류란 도체 안에서 변화하는 자기장에 의해 유도되어 소용돌이처럼 흐르는 전류를 말하는데, 자석을 구리 튜브에 떨어뜨렸을 때 느리게 내려오는 현상도 이 원리입니다. 제가 영상에서 본 그 현상이, 사실은 전자기학의 핵심 원리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던 겁니다.
무선 충전도 같은 맥락입니다. 충전 패드 안에 있는 코일에 교류 전류를 흘리면 변화하는 자기장이 생기고, 스마트폰 안의 코일에 전류가 유도돼 배터리를 충전합니다. 완전히 떨어져 있는데 전기가 전달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패러데이가 19세기에 발견한 전자기 유도 그대로입니다.
지구 자체도 자석이라는 사실도 이제는 다르게 느껴집니다. 지구 내부의 외핵은 액체 상태의 철과 니켈로 이루어져 있고, 이 물질들이 대류 운동을 하면서 전류가 흐르고, 그 전류가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자기장을 만들어냅니다. 이 지구 자기장이 태양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 즉 태양풍을 막아줍니다. 연구에 따르면 지구 자기장이 없다면 지표의 대기가 서서히 우주로 날아가 생명 유지가 불가능해질 것으로 추정됩니다(출처: NASA 지구과학 부서).
전기와 자기가 하나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나면,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기술 장치가 맥스웰 방정식 위에 서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발전소, 모터, 변압기, 스피커, 무선 충전, 전자레인지, 심지어 빛까지. 어릴 때 그냥 신기한 실험으로 넘겼던 것들이 사실은 물리학의 가장 근본적인 통합 위에 있었던 겁니다. 전자기학을 어렵게 느끼는 분이 있다면, 맥스웰보다 먼저 패러데이의 실험 이야기부터 접해보시길 권합니다. 수식보다 실험이 먼저이고, 이해가 먼저입니다.
참고: 전기와 자기의 짜릿한 만남! 둘은 어떻게 하나가 되었나? (feat. 김갑진 교수) [취미는 과학/ 32화 확장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