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화재 뉴스를 볼 때마다 솔직히 저도 "왜 멀쩡한 차가 갑자기 저렇게 되지?"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배터리의 역사를 파고들다 보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충전 한 번에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쓰는 이 일상이 사실 수백 년에 걸친 발견과 실패의 누적이라는 게 새삼 와닿았습니다. 전기라는 개념 자체가 개구리 뒷다리에서 시작됐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개구리 뒷다리에서 볼타 전지까지, 전기 발견의 시작
18세기 이탈리아의 해부학자 루이지 갈바니는 구리 갈고리에 걸어 놓은 개구리 뒷다리가 혼자 경련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제가 이 장면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소름이 돋았습니다. 머리도 없는 다리가 움찔거린다는 게 당시 사람들에게 얼마나 충격적이었겠습니까. 갈바니는 이것을 '동물 전기'라고 불렀고, 살아있는 생물 안에 전기가 존재한다는 논문을 씁니다.
이 관찰이 씨앗이 되어 화학자 알레산드로 볼타가 반론을 제기합니다. 볼타는 전기의 원인이 동물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금속의 화학 반응에 있다고 봤습니다. 그는 아연판과 구리판 사이에 소금물을 적신 종이를 끼워 층층이 쌓아올렸고, 여기서 실제로 전류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볼타 전지(voltaic pile)입니다. 볼타 전지란 서로 다른 두 금속 사이에서 일어나는 산화환원 반응으로 전자가 이동하면서 전류를 만들어내는 세계 최초의 화학 전지를 말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산화환원 반응(oxidation-reduction reaction)입니다. 이는 한 물질이 전자를 잃고(산화), 다른 물질이 그 전자를 받는(환원) 과정인데, 이 전자의 이동이 곧 전류가 됩니다. 아연이 구리보다 전자를 잘 잃어버리기 때문에 전자가 아연에서 구리 쪽으로 흘러가고, 그 흐름이 전기를 만들어내는 구조입니다. 학교에서 '칼카나마 알아철니주…' 하고 외우던 이온화 경향 순서가 바로 이 원리를 정리한 것이었습니다. 전압의 단위 'V(볼트)'가 볼타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사실도 이때 처음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이 발견이 얼마나 큰 사건이었냐면, 나폴레옹이 볼타를 직접 불러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수여했을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볼타 전지 발명 이후 전기분해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그전에 30~40개에 불과했던 발견 원소의 수가 급격히 늘어납니다. 전기가 없었으면 지금의 주기율표도 없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갈바닉 마사지기(galvanic massager)라는 미용 기기도 이 갈바니의 이름에서 왔습니다. 여기서 갈바닉 마사지기란 미세한 전류를 이용해 피부 속 영양 물질의 흡수를 돕는 기기를 말하는데, 저도 써본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꽤 따끔합니다. 동물 전기를 발견한 그 원리가 피부 관리 기기에 그대로 살아있다는 게 묘하게 느껴졌습니다.
핵심 포인트:
- 갈바니의 동물 전기 관찰 → 볼타의 화학적 반론 → 볼타 전지 발명 순으로 이어짐
- 아연의 높은 이온화 경향이 전자 이동을 일으켜 전류 생성
- 볼타 전지 발명 이후 전기분해로 새로운 원소 대거 발견
- 전압 단위 V(볼트)는 볼타의 이름에서 유래

리튬이온 배터리가 지배하는 이유, 그리고 그다음은
지금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차의 배터리는 사실상 리튬이온 배터리(lithium-ion battery)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란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 이온이 오가며 충방전을 반복하는 구조의 이차전지를 말합니다. 리튬이 주기율표 3번 원소, 즉 모든 금속 중 가장 가볍고 전자를 잘 내어주는 성질을 가졌기 때문에 배터리 소재로 이상적입니다. 1990년대 벽돌 같은 휴대폰 배터리가 몇 시간을 못 버티던 것에서 지금처럼 하루 종일 가능해진 배경에 이 리튬이온 배터리가 있습니다.
노벨 화학상도 이 분야에 돌아갔습니다. 2019년 휘팅엄, 굿이너프, 요시노 아키라 세 명이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 공로로 공동 수상했습니다(출처: 노벨위원회). 휘팅엄이 리튬 기반 배터리의 가능성을 처음 증명했고, 굿이너프가 양극재를, 요시노가 음극재를 완성하면서 상용화의 길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전기차 배터리 화재 문제가 심심치 않게 뉴스를 장식하는 이유는 뭘까요. 제 경험상 이 문제를 단순히 "운이 나쁜 것"으로만 설명하는 시각은 좀 부족하다고 봅니다. 물론 같은 공정으로 만들어도 불량이 생기는 건 사실이지만, 구조적인 원인이 분명히 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분리막(separator)이라는 얇은 막이 있는데, 이 분리막이 손상되면 두 극이 직접 닿으면서 쇼트(short circuit)가 발생합니다. 여기서 분리막이란 배터리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절연막으로, 이 막이 찢어지거나 열화될 경우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 시작됩니다. 열폭주란 배터리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연쇄적인 발열 반응이 일어나 제어할 수 없는 상태로 폭주하는 현상입니다. 흰 연기가 피어오르다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전기차 화재 영상이 바로 이 열폭주의 결과입니다.
더 어려운 점은 리튬이 물과 반응하면 오히려 수소 가스를 내뿜으며 더 격렬하게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일반 화재처럼 물을 뿌려서 끌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전고체 배터리(all-solid-state battery)입니다. 전고체 배터리란 기존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분리막 자체가 필요 없는 구조의 배터리로, 구조적으로 열폭주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먼 미래로 눈을 돌리면 핵전지(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 RTG)가 있습니다. 핵전지란 방사성 동위원소가 자연적으로 붕괴할 때 방출하는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로, 이미 보이저 1·2호,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 등 우주 탐사선에서 실제로 쓰이고 있습니다(출처: NASA). 태양광이 닿지 않는 심우주에서도 수십 년간 작동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론상 50~100년 사용 가능하고 구동 부품이 없어 고장 자체가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걸 알았을 때 "노트북을 평생 충전 없이 쓴다"는 상상을 잠깐 했는데, 방사선 안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으면 일상용으로 쓰기는 당분간 어렵다는 게 현실입니다.
배터리 기술의 변화를 요약하면 볼타 전지 → 건전지 → 리튬이온 배터리 → 전고체 배터리 → 핵전지 혹은 생물기반 배터리로의 흐름인데, 재미있는 것은 이 흐름이 결국 갈바니의 '동물 전기'로 되돌아오는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토콘드리아가 ATP(adenosine triphosphate)를 합성하는 방식, 즉 막 사이의 전자 흐름을 이용해 에너지를 저장하는 원리를 인공적으로 구현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ATP란 세포 내에서 에너지를 저장하고 공급하는 분자로, 흔히 '세포의 에너지 화폐'라고 불립니다. 식물의 광합성을 흉내낸 것이 태양광 발전이고, 미토콘드리아의 전기 생산 메커니즘을 흉내내려는 것이 바이오 배터리의 방향입니다.
배터리 기술은 단순한 공학 문제가 아닙니다. AI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공급하느냐가 앞으로 기술 문명 전체의 속도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볼타가 첫 전지를 만들었을 때 전신 회사들이 수십억 원을 투자한 것처럼, 지금도 배터리 기술에 가장 빠르게 베팅하는 쪽이 다음 시대를 열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구리 뒷다리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우주 탐사선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그 흐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계속 지켜보고 싶습니다.
참고: [취미는 과학/ 확장판] 15화 궁극의 배터리, 어디에서 찾을까? (feat. 장홍제 교수) :
https://www.youtube.com/watch?v=Gidf_LzgFD4&list=PLkKcqR2KGxgzqeKZo1Rx93kJFokuVkpye&index=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