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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자연지능 (뇌과학, 딥러닝, 신경망)

by 하일노트 2026. 3. 9.

인공지능이 바둑에서 인간을 이긴 지 벌써 몇 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학습하는 데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최소 천 배, 많게는 수백만 배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저는 회사에서 ChatGPT를 업무에 활용하면서 이 점이 늘 신기했습니다. 분명 빠르고 정확한데, 왜 이렇게 비효율적일까요? 그 답은 인공지능이 아닌 우리 뇌, 즉 자연지능에 있었습니다.

인공지능은 왜 인간보다 비효율적일까

ChatGPT나 구글 제미나이 같은 대형 언어 모델(LLM)은 수억 개의 데이터로 학습합니다. 여기서 LLM이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하여 인간처럼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의미합니다. 제가 직접 써보니 간단한 질문에는 즉답을 주지만, 조금만 예외 상황이 생기면 엉뚱한 답을 내놓곤 했습니다.

계산 뇌과학 연구자들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목적 함수(Objective Function)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만 작동합니다. 목적 함수란 인공지능이 최적화해야 할 구체적인 목표를 수식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와 강아지 사진을 구분하는 것처럼 말이죠. 반면 인간은 그런 명령 없이도 경험과 직관만으로 순식간에 판단합니다(출처: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더 흥미로운 점은 인공지능이 한 가지를 배우고 나서 다른 것을 배우면 앞의 것을 완전히 잊어버린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파국적 망각(Catastrophic Forgetting)이라고 부르는데, 새로운 정보가 이전 정보를 덮어써 버리는 현상을 뜻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인간은 평생 배우면서 과거를 잊지 않는데, 인공지능은 마치 초기화 버튼을 누른 것처럼 작동하니까요.

뇌과학이 밝혀낸 자연지능의 비밀

인간의 뇌는 약 860억 개의 뉴런(신경세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뉴런이란 전기 신호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뇌의 기본 단위 세포입니다. 이 뉴런들이 시냅스(Synapse)라는 연결 지점을 통해 복잡한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출처: 한국뇌연구원).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신기했던 게, 뇌는 프로그램처럼 설계된 게 아니라 물리적 상호작용으로 저절로 기능을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초식 동물이 태어나자마자 뛰어다니는 것처럼, 우리 뇌에는 선천적 기능이 이미 내장되어 있습니다. 이건 인공지능으로는 구현조차 어려운 영역입니다.

연구자들은 인공신경망을 이용해 뇌의 작동 원리를 역으로 추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습하지 않은 인공신경망에서도 수량을 구별하는 뉴런이 자발적으로 생성되는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뇌 구조 자체가 특정 기능을 유도한다는 증거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뇌 연구의 역사가 겨우 15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수학이나 천문학에 비하면 턱없이 짧죠. 그래서 아직 명확히 답할 수 없는 질문이 많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뇌를 연구하는 도구로도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인공지능과 뇌과학의 공진화

초파리 뇌지도를 완성하는 데 인공지능이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커넥톰(Connectome)이라 불리는 이 뇌지도는 모든 신경세포의 연결을 나타낸 것입니다. 커넥톰이란 뇌 속 모든 뉴런과 시냅스의 배치 및 연결 구조를 담은 완전한 지도를 의미합니다. 초파리는 15만 개의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수작업으로 분석하려면 수십 년이 걸립니다.

구글의 AI가 전자현미경 사진을 자동으로 분석하면서 이 작업이 극적으로 단축되었습니다. 저희 연구 분야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에만 몇 달씩 걸리던 일이 인공지능 덕분에 며칠로 줄어들었으니까요.

더 중요한 건 인공지능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연구 대상 그 자체로 보는 시각입니다. 연구자들은 인공신경망을 마치 하나의 생물 종처럼 취급하며 실험합니다. 인간 대상 실험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공신경망은 윤리적 문제 없이 뇌 기능을 탐구할 수 있는 대안입니다.

주요 활용 분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뇌 질환 치료: 정상 뇌와 병든 뇌의 차이를 모델링하여 치료법 개발
  • 의사결정 메커니즘 연구: 인간이 가치를 판단하고 선택하는 과정 분석
  • 학습 원리 해명: 딥러닝(Deep Learning)과 인간 학습의 공통점 및 차이점 규명

딥러닝이란 인공신경망을 여러 층으로 쌓아 복잡한 패턴을 학습하는 기계학습 방법입니다. 알파고가 바둑을 학습한 것도 이 방식입니다.

제 생각엔 앞으로 100년 후에는 물리학 법칙을 말하듯 뇌 작동 원리도 명확히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뇌를 가지고 뇌를 연구한다는 게 본질적으로 어렵긴 하지만, 인공지능이라는 거울 덕분에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인공지능 연구는 인간 이해로 귀결됩니다. 왜 우리가 이렇게 행동하는지, 어떻게 이토록 효율적으로 학습하는지, 그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존엄성이 더 부각될 거라 믿습니다. 단지 생존하기 위해 지능을 갖게 된 게 아니라, 더 고차원적인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앞으로 뇌과학과 인공지능이 함께 나아갈 방향이 기대됩니다.


참고: [Full] 취미는 과학 - 7화 자연지능, 왜 인공지능을 만드나? / EBS 컬렉션-사이언스 : https://www.youtube.com/watch?v=UDHWWzIgLlk&t=185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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