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계인이 존재하느냐 묻는 사람은 많지만, 그걸 찾는 방식이 이렇게 체계적인 과학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뭅니다. 저도 솔직히 SETI라는 단어는 들어봤지만, 실제로 어떤 원리로 탐색이 이루어지는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 관련 내용을 직접 들여다보니, 이건 단순한 로망이 아니라 수십 년간 누적된 진지한 과학적 시도라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드레이크 방정식: 답이 아니라 질문을 만드는 공식
일반적으로 드레이크 방정식은 외계 문명의 수를 계산하는 공식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 방정식을 뜯어보니, 실상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건 답을 내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드러내는 틀에 가깝습니다.
드레이크 방정식은 1961년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가 미국 국립 전파 천문대(NRAO)에서 열린 그린뱅크 미팅 전날 밤에 작성했습니다. 당시 최고 수준의 과학자들을 모아놓고 회의 안건을 어떻게 잡을지 고민하다가 만든 것인데, 그 전날 밤 완성했다는 이야기가 저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만큼 이 방정식은 거창한 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논의의 출발선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방정식의 구성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R*(별 생성률): 우리 은하에서 1년에 새로 태어나는 별의 수. 태양 유형의 별 기준으로 대략 10~40개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 Fp(행성 보유 확률): 별이 행성을 가질 확률.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수천 개의 외계 행성을 발견하면서 현재는 거의 1에 가깝다는 것이 천문학자들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 Ne(거주 가능 행성 수):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 조건을 갖춘 행성의 수. 여기서 거주 가능 환경이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온도가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아서 물이 바다 형태로 유지될 수 있는 궤도 영역입니다.
- FL, FI(생물학적 계수): 생명이 실제로 탄생할 확률(FL), 그리고 그 생명이 지능을 가질 확률(FI). 이 두 값은 아직도 사실상 불명확합니다.
- L(문명 지속 시간): 전자기파를 다룰 수 있는 기술 문명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는 변수. 이 값이 방정식에서 가장 불확실하면서도 가장 무거운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케플러 우주 망원경은 2009년 발사 이후 하늘의 극히 일부만 관측했음에도 수천 개의 외계 행성을 발견했습니다(출처: NASA 케플러 미션). 이 결과는 Fp 값이 1에 수렴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저도 이 사실을 접했을 때 '지구 같은 곳이 있나 보다' 수준으로 가볍게 넘겼는데, 실제로 이게 드레이크 방정식의 한 변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걸 알고 나서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생명이 존재하기 위한 조건을 논할 때 여전히 물 기반 생화학만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지구 생명체 외에 다른 형태를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출발점이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이건 굉장히 인간 중심적인 가정이기도 합니다. 유로파나 엔셀라두스처럼 항성으로부터 멀리 있는 위성에서도 조석력에 의한 내부 가열로 액체 상태의 바다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Ne 값은 우리가 초기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SETI와 전파 천문학: 신화처럼 알려진 것과 실제 사이
일반적으로 SETI는 외계인을 기다리는 낭만적인 프로젝트처럼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건 꽤 냉정한 공학적 판단 위에 서 있는 분야입니다.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란 외계 지적 생명체를 탐색하는 과학적 활동을 총칭하는 용어입니다. 쉽게 말해 우주에서 날아오는 신호 중 자연 현상이 아닌 인공적인 패턴을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전파 천문학(Radio Astronomy)이 그 핵심 도구인데, 전파 천문학이란 천체가 방출하는 전파 신호를 대형 안테나로 수신해 분석하는 학문으로, 빛의 속도로 이동하면서 정보 손실이 적다는 이유로 외계 신호 탐색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채택되고 있습니다.
전파 망원경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극도로 미약한 신호를 수신하는 장치입니다. 신호가 거대한 반사판에 닿으면 부경이라는 장치로 모아지고, 이후 수신기로 보내져 증폭과 분석 과정을 거칩니다. 수신되는 신호의 세기가 너무 작기 때문에 여러 대의 망원경을 연결해 분해능을 높이는 간섭계 방식이 자주 활용됩니다. 간섭계(Interferometry)란 두 개 이상의 망원경을 동기화해 하나의 거대한 망원경처럼 작동하게 만드는 기술로, 단일 망원경으로는 불가능한 해상도를 구현합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군사용 레이더 기술을 익힌 과학자들이 대학으로 돌아가면서 1950~60년대가 전파 천문학의 황금기가 됐다는 배경도 흥미롭습니다. 기술이 준비됐을 때 질문도 함께 무르익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그 시기에 드레이크가 세계 최초의 SETI 관측 프로젝트인 오스마 프로젝트(Project Ozma)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관측을 시작하자마자 정체불명의 강한 전파 신호가 잡혔고, 외계 문명을 발견했다는 흥분이 잠깐 있었지만 알고 보니 근처 공군 기지에서 날아온 레이더 신호였다는 일화는, 이 분야가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며 쌓아온 학문임을 잘 보여줍니다.
최근에는 SETI 내부에서 'SETT'라는 개념도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SETT란 Search for Extraterrestrial Technology의 약자로, 생물학적 지능이 아닌 기술적 신호를 탐색 대상으로 삼자는 접근입니다. 인류가 AI와 로봇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처럼, 외계 문명도 생명체 자체가 소멸한 뒤에도 기계 문명이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가능성에 근거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발상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게 아니라, 그들이 남긴 기술의 흔적을 찾는다는 발상으로 전환된 것이니까요.
분광 관측(Spectroscopy)도 중요한 기술입니다. 분광 관측이란 천체에서 오는 빛을 파장별로 분리해 그 구성 성분, 온도, 거리 등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물(H₂O)이나 산소 같은 특정 분자의 존재를 원격으로 확인하는 데 사용됩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외계 행성의 대기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것도 이 원리 덕분입니다(출처: NASA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한 가지 솔직히 짚고 싶은 부분은 '신호를 보낼 수 있어야 지적 생명체'라는 정의입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아무리 복잡한 사회를 구성하고 문명을 건설했더라도, 전자기파를 다루지 못하면 지적 생명체 범주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조선 시대의 성리학자들도, 마야 문명도 이 기준으론 탈락입니다. 일면 타당하지만, 이건 동시에 탐색 가능성을 기준으로 존재를 정의하는 인간 중심적 시각이기도 합니다. 존재의 실재 여부를 발견 가능성으로 규정하는 것, 이게 과학적 실용주의인지 아니면 편의적 단순화인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 저도 유보 중입니다.
드레이크 방정식이 제시하는 방향은 결국 분명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하나씩 확인해 나가면서, 그 불확실성을 좁혀가는 것이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의 실제 과정입니다. 오스마 프로젝트 이후 60년 넘게 아직 확실한 신호 하나 잡지 못했지만, 그 사이에 외계 행성의 존재는 사실로 확인됐고, 거주 가능 환경을 가진 후보 천체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탐색 도구도, 탐색 대상의 정의도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면 SETI 연구소나 NASA의 외계행성 탐사 현황을 주기적으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새로운 데이터가 쌓이고 있습니다.
참고: 외계인의 수를 구하는 방정식이 있다? (feat. 이명현 과학 커뮤니케이터) [취미는 과학/ 27화 확장판] :
https://m.youtube.com/watch?v=hQ0ao0KvM40&list=PLkKcqR2KGxgzqeKZo1Rx93kJFokuVkpye&index=43&pp=iAQ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