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외계 생명체 얘기를 꽤 오래 '그냥 SF 소재'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볼 때는 신나게 흥미로워하다가, 화면이 꺼지면 '뭐 설마 진짜 있겠어' 하고 넘겼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천문학자, 진화생물학자, 화학자가 각자의 전공 언어로 외계 생명체의 가능성을 꺼내놓는 걸 접하고 나서, 제 그 안일한 태도가 조금 부끄러워졌습니다. 과학자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할 때, 거기에는 막연한 낭만이 아니라 꽤 구체적인 근거가 있었거든요.
골디락스존, 생명이 살 수 있는 온도의 띠
천문학자들이 외계 생명체를 탐색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행성의 위치입니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그 딱 중간 온도 범위를 골디락스존(Goldilocks Zone)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골디락스존이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항성과의 거리 범위를 의미합니다. 동화 속 골디락스가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죽을 골랐다는 데서 이름을 따온 거예요.
우리 태양계에서는 지구가 중심, 안쪽으로 금성, 바깥쪽으로 화성이 이 경계에 걸쳐 있습니다. NASA의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수천 개의 외계 행성을 관측했는데, 그 중 골디락스존 안에 위치한 행성은 60개 남짓이었고, 지구와 그나마 비슷한 조건을 갖춘 건 단 2개에 불과했습니다(출처: NASA Kepler Mission). 이 수치를 보고 저는 처음에 "겨우 2개?"라고 실망했는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관측한 은하는 우주 전체의 극히 일부입니다. 오히려 2개가 있다는 게 작은 숫자가 아닐 수도 있어요.
가장 가까운 후보는 프록시마 센타우리(Proxima Centauri) 항성계로, 지구에서 약 4.3광년 거리에 있습니다. 빛의 속도로 이동해도 4년이 넘게 걸리는 거리죠. 거기에 신호를 보내고 답을 받는 데만 8년 이상이 필요합니다. 갈 수는 없지만 볼 수는 있고, 볼 수 있다면 분석할 수 있다는 게 천문학자들의 입장입니다.
- 케플러 망원경이 발견한 골디락스존 행성: 약 60개
- 그 중 지구와 유사한 조건의 행성: 2개
- 가장 가까운 후보 항성계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의 거리: 4.3광년

와우시그널, 딱 한 번 잡힌 그 신호
1977년 8월 15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의 전파망원경 '빅이어(Big Ear)'가 무언가를 잡았습니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전파 신호를 기록하던 연구원이 갑자기 치솟는 진폭을 발견하고, 출력지에 손으로 "Wow!"라고 적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와우 시그널(Wow! signal)입니다. 여기서 와우 시그널이란, 약 72초간 지속된 매우 강력하고 좁은 대역의 전파 신호로, 자연 현상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인위적 패턴을 띠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 같은 신호가 단 한 번도 재현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외계 문명의 신호인지 확인하려면 반복 수신이 필요한데, 그게 없으니 공식적으로는 미결 사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한 번이라는 건 그냥 자연 현상일 수 있다"고 보는데, 저는 오히려 그 한 번이라는 사실이 더 미스터리하게 느껴졌습니다. 자연 현상이라면 패턴이 없거나 반복되거나 둘 중 하나인데, 딱 한 번만 나타났다는 게 어쩌면 더 이상한 거 아닐까요.
한편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즉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 프로젝트는 지금도 지구로 유입되는 전파 신호를 분석하며 인위적인 패턴을 찾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발생하는 전파는 무작위적 특성을 갖는 반면, 문명이 만든 신호에는 규칙적인 패턴이 있다는 원리를 이용한 겁니다(출처: SETI Institute). 47년이 지난 지금도 와우 시그널 수준의 신호는 다시 잡히지 않았습니다.
생명기원, 열수분출공과 인(燐)의 역할
제가 이 부분을 접하기 전까지는 생명의 기원 하면 막연하게 '따뜻한 바닷가에 번개가 치고...'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이른바 원시 수프 가설(Primordial Soup Hypothesis)인데요, 이건 원시 지구의 바다에서 번개가 유기물을 만들어냈다는 오래된 가설입니다. 요즘 과학자들이 더 주목하는 건 열수분출공(Hydrothermal Vent)입니다. 열수분출공이란 해저 지각의 틈새로 뜨거운 물과 화학물질이 뿜어져 나오는 구멍으로, 수심 수천 미터에서도 왕성한 생명 활동이 관찰되는 장소입니다.
지구 역사로 보면, 약 40억 년 전 태양계가 안정화된 직후 생명의 흔적이 거의 바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는 데는 25억 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무생물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것보다, 생명이 복잡해지는 게 오히려 더 오래 걸린다는 역설적인 사실이에요. 어떤 시각에서는 "생명이 생각보다 쉽게 탄생하는 것 아닐까"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화학자들이 주목하는 원소는 인(燐, Phosphorus)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단순한 단세포 생물인 플랑크톤을 이루는 약 4,000개의 원자 중 인은 단 하나뿐이지만, 그 하나가 없으면 세포 기능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인이 생명의 최소 단위를 구성하는 핵심 원소라는 뜻이죠. 최근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Enceladus)에서 인 성분이 발견되었는데, 이 위성은 지구만큼의 물을 품고 있으면서 해저 열수 활동도 관찰됩니다. 조건만 따지면 지구와 꽤 닮아 있습니다.
외계 생명체, 호의적일까 적대적일까
이 질문을 처음 진지하게 생각해본 건 최근 일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막연히 "외계인이 있다면 신기하겠다"는 정도였는데, 실제로 생물학적 시각에서 바라보니 생각이 달라졌거든요. 바이러스를 포함한 지구의 생물들은 기회가 닿으면 숙주를 이용하고 번성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습니다. 지능이 높아질수록 다른 생물을 이용하는 방식이 정교해지는 패턴도 있죠. 외계 문명이 그 법칙에서 예외일 이유는 없습니다.
"호의적일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그 낙관이 조금 순진하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지구에서 다른 생물에게 해온 행동 방식을 되돌아보면, 고등 문명이 낮은 문명을 접했을 때 '친구 하러 온다'는 시나리오는 역사적으로도 드물었으니까요. 반면 "굳이 몇 광년을 날아와 적대할 이유도 없다"는 반론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 거리를 건너올 기술력이면 우리가 위협이 될 수준은 아닐 테니까요.
보이저 1호(Voyager 1)에는 지구의 위치, 인간의 생김새, 번식 방법, 음악, 언어 등이 담긴 황금 레코드가 실려 있습니다. 칼 세이건과 프랭크 드레이크가 주도한 이 프로젝트는 순수한 호기심과 선의로 만들어졌지만, 제 경험상 모르는 상대에게 집 주소와 개인정보를 먼저 보내는 건 상황에 따라 꽤 위험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우주 전체가 일종의 눈치 게임을 하고 있을 가능성, 정말로 있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과학자들은 왜 외계 생명체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A. 우주에는 물과 유기물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화성이나 토성 위성 엔셀라두스에서도 생명 활동의 기본 조건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한 조건이 우주적으로 특별한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없을 확률이 더 낮다"는 게 과학자들의 대체적인 입장입니다.
Q. 골디락스존에 있는 행성이라면 무조건 생명체가 있는 건가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골디락스존은 액체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범위를 의미할 뿐, 실제로 물이 있거나 생명이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대기 구성, 자기장, 지질 활동 등 다른 조건들도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어떤 분들은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고 보는데, 반대로 지구도 아슬아슬하게 그 조건을 맞춘 행성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Q. 와우 시그널은 결국 외계 신호로 밝혀졌나요?
A. 아직 공식적으로는 미결 상태입니다. 2017년 일부 연구자들이 혜성에서 방출된 수소 가스가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 시각도 여전히 많습니다. 재현이 되지 않는 단일 이벤트이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도 확정 짓기 어렵고, 그래서 더 오래 회자되는 것 같습니다.
Q. 외계 생명체가 반드시 지구 생명체와 비슷한 형태일까요?
A.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황산 환경에서 전기를 이용해 사는 생명체, 암모니아를 체액으로 사용하는 생명체 같은 가설도 있습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외계인 이미지는 결국 인간이 본 것들의 조합이기 때문에, 실제 외계 생명체는 우리가 전혀 떠올리지 못한 형태일 수 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외계 생명체 탐색은 단순한 낭만적 호기심이 아닙니다. 골디락스존 탐사, 와우 시그널 분석, 열수분출공과 인(燐) 중심의 생명기원 연구까지, 각기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이 서로 다른 접근법으로 같은 질문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렇게 여러 분야가 한 방향을 바라볼 때는 그 방향에 무언가가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다만 탐색의 열정만큼이나 신중함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상대를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 정보를 먼저 공개하는 것, 외계 생명체를 지구 중심적 기준으로만 상상하는 것 모두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할 태도입니다. 앞으로 베라루빈 천문대의 32억 화소 카메라가 본격 가동되고, 유로파 탐사가 진행되면 지금 우리가 가진 질문들의 일부는 실제 데이터로 바뀔 것입니다. 그 결과를 지켜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pPdTVQfVaI&list=PLkKcqR2KGxgzqeKZo1Rx93kJFokuVkpye&index=111
[Full] EBS 취미는 과학 - 1화 외계생명체,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ㅣMC 데프콘이 던진 첫 질문, "외계생명체가 정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