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사망하는 환자의 90% 이상이 암 자체가 아닌 전이로 목숨을 잃습니다. 가족 중 한 분이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저는 수술만 잘 마치면 끝인 줄 알았습니다. 병원에서 오히려 전이 여부를 더 걱정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그게 무슨 뜻인지 당시에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암세포의 이사 — 전이란 무엇인가
암 전이란 암세포가 처음 발생한 장기인 원발암에서 떨어져 나와 혈관을 타고 다른 장기에 자리를 잡는 과정입니다. 여행처럼 잠깐 들렀다 가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이사입니다. 새 집을 찾고, 정착하고, 그곳에서 또 덩어리를 키우는 것이죠.
전이에는 크게 두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첫째는 국소 전이로, 주변 림프절처럼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입니다. 둘째는 원격 전이로, 혈관을 통해 멀리 떨어진 장기까지 퍼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원격 전이가 되면 이제 국소 질환이 아닌 전신 질환으로 봐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수술이나 방사선으로 단순히 제거하는 게 불가능해집니다.
제가 처음 이 내용을 접했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모든 암세포가 다 전이를 시도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극소수의 암세포만이 원발암에서 뜯겨 나와 혈관 속으로 들어가고, 그 험난한 여정을 끝까지 버텨냅니다. 그 극소수가 결국 생명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 원발암: 암이 처음 발생한 장기의 종양
- 국소 전이: 인근 림프절 등 가까운 곳으로의 이동
- 원격 전이: 혈관을 통해 먼 장기까지 퍼지는 전신 질환 단계
- 착한 암: 전이 없이 제자리에만 머물러 있는 종양
흑화하는 암세포 — 종양 이질성과 진화
암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하나의 암 덩어리 안에서도 세포들이 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종양 이질성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종양 이질성이란 같은 환자의 같은 장기에서 생긴 암이라도, 그 안의 개별 세포들이 서로 다른 유전자 발현과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전에는 내 위암과 다른 사람의 위암이 같은 병이니 같은 치료법으로 접근했습니다. 지금은 심지어 같은 사람의 위암 세포들끼리도 능력이 다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출처: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이 다양성이 암에도 진화의 압력을 만들어냅니다. 암 덩어리가 커질수록 주변 환경이 열악해집니다. 산소가 부족해지고, 포도당도 떨어지고, 과밀해지면서 생존 경쟁이 치열해집니다. 이것을 종양 미세 환경이라고 하는데, 암세포가 처해 있는 주변 환경 전체를 의미합니다. 섬유세포, 면역세포, 지방세포가 뒤섞인 이 환경에서 암세포는 점점 악성화됩니다.
더 소름 돋는 건 암세포가 주변을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암세포는 독성 물질과 활성산소를 내뿜어 주변을 스스로 나쁘게 만들고, 그 환경에서 버티지 못하는 정상세포를 밀어냅니다. 심지어 자신을 잡아먹어야 할 면역세포까지 회유해 자기편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제가 직접 이 내용을 공부하면서 느낀 건, 암세포가 그냥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덩어리가 아니라 치밀하게 세를 불려가는 조직 같다는 감각이었습니다.
100만 분의 1의 생존자 — 순환 암세포와 잠복기
혈관으로 탈출한 암세포를 순환 암세포라고 합니다. 순환 암세포란 원발암에서 뜯겨 나와 혈액 세포처럼 변신해 온몸을 돌아다니는 암세포를 말합니다. 들어보면 단순할 것 같지만, 혈관 안은 암세포에게 극한의 환경입니다. 빠른 혈류 속도에 의해 터져 죽는 경우도 많고, 면역세포가 즐비합니다. 혈관에 정착하는 암세포는 100만 분의 1, 혹은 그보다도 낮은 확률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그렇게 극적으로 살아남은 암세포는 새 장기에 도착해서도 곧바로 증식하지 않습니다. 이 시기를 잠복기라고 합니다. 잠복기란 암세포가 새 환경에 적응하며 분열하지 않은 채 숨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 기간 동안 암세포는 오히려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고, 기존 항암제에 내성까지 갖게 됩니다. 5년 무재발로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가 10년, 20년 후에 재발하는 경우가 바로 이 잠복기 때문입니다.
연구들에 따르면 순환 암세포들은 혈관 안에서 혼자 돌아다니기보다 팀을 이뤄 움직이는 경우가 전이 능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보고됩니다. 한 실험에서는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표지한 암세포를 각각 주입했더니, 혈중에서 포착된 순환 암세포 덩어리가 단일 색으로만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혈관 안에서 우연히 만난 게 아니라, 원발암에서 이미 손잡고 함께 탈출했다는 뜻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세부 메커니즘은 뉴스에서는 좀처럼 다루지 않는 내용인데, 알고 나면 암 치료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저절로 납득이 됩니다.
희망의 근거 — 액체생검과 항전이제
무섭기만 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제 연구자들이 어디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 액체생검입니다. 액체생검이란 조직을 직접 떼어내는 기존의 조직 생검 대신, 혈액만 채취해 순환 암세포나 순환 종양 DNA를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현재 일부 항목은 실제 임상에서 보험 적용을 받아 암 전이 진단 마커로 활용되고 있습니다(출처: 국립암센터). 수술 후 주기적으로 혈액을 검사해 순환 종양 DNA 수치를 추적하면, 전이 여부를 초기에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연구 최전선에서는 가소성이라는 개념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가소성이란 세포가 처한 환경에 따라 자신의 형질을 바꿀 수 있는 성질을 뜻합니다. 암세포는 일반 세포보다 가소성이 극도로 높아 고형 암세포에서 혈액처럼 떠다니는 부유 세포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박현우 교수 연구팀은 이 변신의 스위치 역할을 하는 유전자 인자를 규명하고 부착-부유 전환(AST) 학설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습니다. 이 인자를 억제하자 동물 실험에서 암의 전이가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기존 항암제와 전혀 다른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항암제가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무기라면, 항전이제는 암세포가 이사 자체를 못 하도록 막는 개념입니다. 암 수술 후 전이가 걱정되는 환자들에게 잠복기 암세포의 스위치를 꺼버리는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뉴스를 접할 때 "그게 실제 치료로 연결되려면 얼마나 걸릴까"라는 회의감이 먼저 드는데, 이 분야는 기초 연구에서 임상 적용까지의 기간이 빠르면 3~5년으로 크게 단축되었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는 것이 꽤 근거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암 전이가 되면 무조건 치료가 불가능한가요?
A.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치료 난도가 크게 높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전이암은 원발암 치료에 내성을 획득했을 가능성이 높고, 전이된 장기의 세포 특성과도 달라서 기존 항암제가 잘 듣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표적 치료제와 면역 항암제, 그리고 연구 중인 항전이제 방향으로 치료 옵션이 계속 넓어지고 있습니다.
Q. 완치 판정을 받아도 재발할 수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A. 네, 그것이 잠복기 암세포의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5년 무재발을 완치의 기준으로 보지만, 잠복기에 숨어 있던 암세포는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십 년 후에도 깨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완치 판정 이후에도 주기적인 추적 검사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액체생검은 지금 당장 일반인도 받을 수 있나요?
A. 현재 일부 순환 종양 DNA 검사는 임상에서 보험 적용을 받아 활용되고 있지만, 전 국민 건강검진 수준으로 보편화되지는 않았습니다. 현재는 암 치료를 받았거나 전이가 우려되는 환자를 중심으로 보험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국제적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관심이 있다면 담당 의사와 상담을 통해 현재 적용 가능한 검사 항목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Q. 유방암이 폐로 전이되면 폐암 약을 쓰나요, 유방암 약을 쓰나요?
A. 폐에 자리를 잡았더라도 그 세포의 출신은 유방암 세포이므로, 폐암 치료제가 아닌 유방암 기반의 치료 접근이 원칙입니다. 다만 전이 과정에서 이미 원발암 치료에 내성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아, 기존 약이 그대로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전이암 치료는 매우 개인화된 접근이 필요하고, 이것이 항전이제 연구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결론
가족이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저는 암을 하나의 덩어리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이 내용을 공부하면서, 암은 진화하고 변신하고 환경을 조작하는 매우 복잡한 생명 현상이라는 것을 비로소 이해했습니다. 무섭지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실천은 정기 검진을 빠지지 않는 것입니다. 암은 초기에 발견할수록 전이 능력을 획득하기 전에 제거할 수 있고, 완치 후에도 주기적인 추적 검사로 잠복기 암세포를 감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구자들이 항전이제와 액체생검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는 만큼, 우리 쪽에서도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건강 관리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jGTt59qUbRY&list=PLkKcqR2KGxgzqeKZo1Rx93kJFokuVkpye&index=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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