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들은 지금도 "시간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하지 못합니다. 저는 이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당황했습니다. 시계를 보며 매일 시간을 확인하면서도, 시간 자체에 대해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과학적 시간: 아는 줄 알았는데 아무도 몰랐다
일반적으로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균일하게 흐르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여러 자료를 찾아보며 깨달은 건, 그 "상식"이 사실 뉴턴이 17세기에 설정한 개념에서 비롯됐다는 점입니다. 뉴턴은 시간이란 아무것도 없어도, 아무도 없어도, 그냥 한 방향으로 균일하게 흐르는 절대적 잣대라고 봤습니다. 이를 절대 시간(Absolute Time)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절대 시간이란, 우주 어디에 있든 관측자와 무관하게 동일하게 흐르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보다 훨씬 앞서 다른 말을 남겼습니다. "변화가 없다면 시간도 없다." 제가 이 문장을 읽고 한참 멈췄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시간이 멈춘다는 게 아니라, 변화가 없으면 시간을 감지할 수 없다는 뜻이거든요. 생각해보면 꽤 설득력 있습니다.
더 나아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Theory of Relativity)은 이 상식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상대성이론이란 시간과 공간이 관측자의 속도나 중력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는 이론입니다. 실제로 고층 아파트 꼭대기 층과 저층의 시계는 중력 차이 때문에 다르게 가고, 이미 측정 가능한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빨리 움직일수록, 또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이 느리게 흐릅니다. 제가 직접 계산해본 건 아니지만, 비행기 조종사가 평생 시속 1,000km로 비행해도 겨우 1~2초 젊어진다는 수치를 보면서 현실적으로는 거의 의미가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건 가능할까요? 물리학에서는 이를 시간의 화살(Arrow of Tim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시간의 화살이란, 시간이 오직 한 방향으로만 진행된다는 물리학적 관점을 말합니다. 그 근거가 바로 엔트로피(Entropy)입니다. 엔트로피란 계(系) 안의 무질서한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물컵에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잉크가 퍼지기만 하고 절대 다시 모이지 않는 것처럼,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흐릅니다(출처: Encyclopædia Britannica). 과거로 돌아간다는 건 엔트로피가 감소한다는 뜻이고, 이는 인과율(원인 다음에 결과)을 깨뜨립니다. 물리학자들이 타임머신에 한목소리로 "안 됩니다"라고 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뉴턴의 절대 시간: 관측자와 무관하게 균일하게 흐르는 시간
-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속도와 중력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흐름
-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무질서도는 항상 증가 → 시간의 화살은 한 방향
- 과거로의 시간여행: 인과율 위배로 물리학적으로 불가능
뇌와 시간: 내가 느끼는 시간은 따로 있다
일반적으로 시간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흐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어릴 때는 방학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게 느껴졌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처음에는 그냥 나이 탓이려니 했는데, 알고 보니 이건 뇌가 시간을 구성하는 방식과 직접 연결된 문제였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시간을 새로운 경험의 양으로 측정합니다. 어릴 때는 모든 것이 처음이라 뇌가 처리할 정보가 넘쳐나고, 그 결과 시간이 길게 느껴집니다. 반면 반복되는 일상은 뇌가 거의 자동으로 처리해 버리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게 적고, 돌아보면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유럽 여행을 2박 3일 다녀왔을 때 오히려 한 달처럼 기억에 남았던 것도, 낯선 자극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라는 걸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생물학적으로는 피리어드(Period) 유전자가 이 시간 감각을 담당합니다. 피리어드 유전자란 24시간 주기로 단백질이 만들어졌다 분해되기를 반복하며 생체 시계(Circadian Clock) 역할을 하는 유전자입니다. 생체 시계란 생물이 하루 24시간 주기에 맞춰 수면, 식욕, 호르몬 분비 등을 조절하는 내부 시스템을 말합니다. 이 유전자가 손상된 초파리는 24시간 주기 행동 패턴이 무너지는데, 사람도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출처: 노벨위원회 2017 생리의학상 발표).
더 재밌는 건 뇌의 화학 반응입니다. 임종 직전 송과체에서 분비되는 다이메틸트립타민(DMT)의 양이 평소 대비 약 6배 치솟는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다이메틸트립타민(DMT)이란 인간의 뇌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신경전달물질로, 극단적 상황에서 주마등처럼 기억이 스치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낮잠 20분에 긴 드라마 한 편 분량의 꿈을 꾼 적이 있는데, 그게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뇌가 시간을 재구성하는 방식이었다는 걸 알고 나서 꽤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시간이 빠르게 갔다" 혹은 "느리게 갔다"고 느끼는 건 물리적 시계와는 별개로, 뇌가 얼마나 많은 새 정보를 처리했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일부러 새로운 경험을 더 넣으려고 노력합니다. 같은 하루라도 뇌에 남는 밀도가 달라지거든요.
자주 묻는 질문
Q. 시간여행은 정말 불가능한가요?
A. 미래로 향하는 시간여행은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빠르게 이동하거나 강한 중력장 근처에 있으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상대성이론 효과가 실제로 측정됩니다. 다만 과거로 돌아가는 건 인과율과 엔트로피 증가 법칙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에, 현재까지 물리학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입니다.
Q. 어릴 때 시간이 더 느리게 느껴지는 이유가 뭔가요?
A. 뇌가 새로운 경험을 처리하는 양과 관련이 있습니다. 어릴수록 모든 것이 낯설어 뇌가 처리할 정보가 많고, 그 결과 시간이 길게 기억됩니다. 반면 성인은 반복적인 자극에 익숙해져 뇌가 자동으로 처리하다 보니 기억에 남는 게 적고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것처럼 느껴집니다.
Q. 엔트로피와 시간이 무슨 관계인가요?
A. 물리학에서는 엔트로피(무질서도)가 항상 증가하는 방향이 곧 시간의 방향이라고 설명합니다. 잉크가 물속에서 퍼지기만 하고 다시 모이지 않는 것처럼, 엔트로피가 커지는 방향이 "미래"입니다. 다만 엔트로피 증가가 시간의 원인인지, 아니면 시간이 흘러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건지는 물리학자들 사이에서도 아직 논쟁 중입니다.
Q. 생체 시계가 고장 나면 어떻게 되나요?
A. 피리어드(Period) 유전자가 손상되면 24시간 주기 행동 패턴이 무너집니다. 수면 리듬이 깨지거나, 밥 먹는 시간이 불규칙해지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식으로 나타납니다. 인간도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야간 근무나 시차 적응 실패 등으로 이 리듬이 무너지면 각종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론
시계는 온갖 종류를 알면서 정작 시간이 무엇인지는 몰랐다는 말이 이 글을 쓰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물리학은 10의 -18승 초(아토초) 수준부터 138억 년 우주의 나이까지 측정하면서도, 시간 자체의 정의는 여전히 열린 문제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제가 이 주제를 파고들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하나입니다. 시간을 빠르게 보내고 싶다면 익숙한 것들만 반복하면 되고, 시간을 길고 풍부하게 기억하고 싶다면 낯선 경험을 의도적으로 늘리면 된다는 것. 거창한 타임머신이 아니어도, 오늘 처음 가보는 골목 하나가 뇌 속 시간의 밀도를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한 번쯤 익숙한 하루 루틴에서 벗어나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U--m7eXN4s&list=PLkKcqR2KGxgzqeKZo1Rx93kJFokuVkpye&index=110
[Full] 취미는 과학 - 2화 시간, 왜 되돌릴 수 없나?ㅣ아무도 본 적 없는 시간, ''시간이란 대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