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호랑이가 한반도에서 사라진 게 일제 강점기 탓이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들여다보니 그 이야기는 훨씬 더 복잡하고, 훨씬 더 오래됐습니다. 조선 시대부터 시작된 조직적 포획의 역사와,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있는 호랑이를 직접 보지 못한 채 연구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예상보다 훨씬 무거운 감정을 남겼습니다.

착호갑사부터 해수구제까지, 멸종의 시작은 조선이었다
일반적으로 백두산 호랑이 멸종의 원인을 일제 강점기에서 찾는 시각이 많습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주제를 깊이 파고들어 보니, 실제 감소의 시작은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조선의 인구가 늘면서 농경지 개간이 산지까지 확장됐고, 그 과정에서 사람과 호랑이의 충돌이 잦아졌습니다. 국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착호갑사(捉虎甲士)라는 호랑이 전담 포획 부대를 창설했습니다. 착호갑사란 호랑이를 전문적으로 잡아들이는 조선 시대 특수 군사 조직으로, 말 그대로 국가가 조직적으로 호랑이 사냥을 지휘한 셈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약 330여 개 군현이 매년 군현당 세 마리의 호피를 진상해야 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연간 최소 천 마리에 달하는 포획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호피는 공물로 바쳐지거나 명나라, 일본 사신에게 선물로 쓰였고 경제적 가치도 상당했습니다. 1918년 기록 기준으로 성체 호랑이 한 마리에서 나오는 가죽과 뼈의 현재 가치 환산액은 약 1억 원에 달한다는 추정도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해수구제(害獸驅除)라는 명목이 이어졌습니다. 해수구제란 농작물과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야생동물을 조직적으로 제거하는 정책을 가리킵니다. 조선 시대의 포획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아 오히려 더 체계화한 셈이었습니다. 한반도에서 마지막으로 공식 기록된 호랑이는 1924년 강원도 횡성에서 촬영된 사진이 전부입니다. 그로부터 거의 백 년이 흘렀습니다.
보전생물학이란 무엇인가, 보존과는 다르다
이 분야를 처음 접할 때 많은 분들이 헷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보존'과 '보전'은 비슷해 보이지만 뜻이 다릅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 같은 말인 줄 알았습니다.
보존(Preservation)은 현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반면 보전(Conservation)은 현재보다 더 나은 상태, 즉 종이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개체수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쉽게 말해 보존은 현상 유지, 보전은 회복과 증가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보전생물학이란 이처럼 멸종위기종의 개체군을 안정적으로 복원하고 유지하기 위해 생태학, 사회학, 인문학까지 동원하는 통합적 학문 분야입니다.
실제로 이 분야의 연구자들이 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넓습니다. 아무르 호랑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백두산 호랑이의 경우, 연구자들이 직접 야생에서 개체를 포획하거나 관찰하지 않는 비침습적 연구(Non-invasive Research)가 주류입니다. 비침습적 연구란 연구 대상 동물과 직접 접촉 없이 배설물, 발자국, 무인 카메라 영상 등의 간접 증거를 수집하여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반대로 직접 포획해 표식을 달거나 혈액을 채취하는 방식은 침습적 연구(Invasive Research)라고 구분합니다.
이공계 배경으로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실체를 직접 보지 않고도 데이터만으로 존재와 이동 경로와 개체수를 추적한다는 발상 자체가, 어떻게 보면 분자 분석이나 시뮬레이션 연구와 같은 감각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데이터로 증명한다는 점에서 낭만적이기도 했고, 동시에 그 외로움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현재 아무르 호랑이의 개체수는 1940년대의 약 20마리에서 최근 기준으로 750마리 수준까지 회복됐습니다(출처: IUCN Red List). 보전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카메라 트랩과 캡처-리캡처, 데이터로 호랑이를 추적하다
호랑이를 눈으로 보지 않고 어떻게 연구하느냐는 질문에 가장 핵심적인 답이 카메라 트랩(Camera Trap)입니다. 카메라 트랩이란 열이나 움직임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촬영이 시작되는 무인 센서 카메라로, 연구자가 현장에 없어도 24시간 야생동물의 행동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 측 협력 기관의 경우 한 지역에 400~500개의 카메라 트랩을 설치해 운용한다고 합니다. 호랑이 한 마리가 점유하는 영역이 워낙 넓기 때문에 이 정도 규모가 필요한 것입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건 아니지만, 이 좌표 데이터에 접근하려면 보안 서약서에 서명한 연구자만 열람이 허용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멸종위기종 연구가 단순히 동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 실감됐습니다. 밀렵꾼에게 위치 정보가 넘어가는 순간 곧바로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카메라 트랩과 함께 사용하는 핵심 분석 방법이 캡처-리캡처(Capture-Recapture) 모델입니다. 캡처-리캡처란 동일 개체가 카메라에 재포착되는 빈도를 통계 모델로 분석해 전체 개체수를 추정하는 방법입니다. 개체가 많을수록 같은 개체가 다시 찍힐 확률이 낮고, 개체가 적을수록 반복 포착 빈도가 높아지는 원리를 역산하는 것입니다. 호랑이의 경우 줄무늬 패턴이 개체마다 달라서 인간의 지문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머신러닝 기반 패턴 인식을 활용해 좌우 비대칭 줄무늬까지 개별 분류가 가능합니다.
비침습적 연구에서 수집하는 주요 데이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배설물: DNA 추출을 통한 개체 식별과 식이 분석
- 발자국: 크기와 보폭으로 성별, 연령 추정
- 카메라 트랩 영상: 줄무늬 패턴으로 개체 식별 및 행동 분석
- 엑셀 기반 좌표 데이터: 출현 위치와 빈도를 이용한 서식 밀도 분석

호랑이 복원, 낭만보다 현실이 먼저다
솔직히 저는 처음에 "언젠가 백두산 호랑이가 한반도로 돌아오면 좋겠다"는 막연한 감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복원의 조건을 들으면 그 낭만이 얼마나 무책임한 생각인지 체감하게 됩니다.
호랑이 한 마리가 1년 동안 필요로 하는 먹이는 약 70kg급 사슴 70마리입니다. 생태계가 지속 가능하게 유지되려면 사슴의 포식률이 약 10% 수준이어야 하므로, 호랑이 한 마리를 지탱하려면 사슴이 약 700~1천 마리 필요합니다.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개체군이 50마리라고 할 때, 그 사슴은 5만 마리입니다. 그 사슴들이 살아갈 충분한 서식지, 먹이가 되는 식생, 그것들을 유지하는 토지가 모두 함께 확보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국토 면적 대비 인구 밀도가 높은 한반도 현실에서 이 조건을 충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인간과의 공존입니다. 실제로 아무르 호랑이가 서식하는 러시아-중국 접경 지역에서는 가축 피해와 인명 피해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호랑이가 사냥 능력이 떨어지거나 먹이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가축을 공격하는 경우가 늘어납니다. 현지 주민들에게 호랑이는 보호해야 할 멸종위기종이 아니라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이 보전생물학에서 실제로 가장 어렵고 중요한 부분입니다. 한 연구자가 중국 현지 마을에서 주민들에게 쫓겨난 뒤, 소학교에서 무료 영어 교육을 시작해 신뢰를 쌓고 6개월 만에 호랑이 안전 교육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는 사례는 제게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과학자가 생태학 논문만 쓰는 게 아니라 지역 사회 설득과 교육까지 직접 해야 한다는 사실이, 이 분야가 얼마나 복합적인 영역인지 잘 보여줍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사례는 최상위 포식자 복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1995년 늑대 재도입 이후 엘크의 서식 행동이 바뀌었고, 식생이 회복됐으며, 하천 환경까지 변화했다는 것이 장기 추적 연구로 확인됐습니다(출처: 미국 국립공원관리청). 하지만 옐로스톤은 그 면적이 약 9천 ㎢에 달하고, 사람의 거주 구역과 명확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한반도와는 조건이 다릅니다.
결국 백두산 호랑이의 복원이 가능한가보다 중요한 질문은, 과연 지금 어디서 어떻게 가장 잘 살 수 있는가입니다. 인위적 복원보다 현재 서식지인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 동북부에서의 개체군 안정화를 우선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의미 있다는 주장도 충분히 설득력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의 낭만적인 기대 대신, 지금은 그쪽으로 생각이 기울어 있습니다.
호랑이 이야기는 단순히 귀하고 아름다운 동물 하나가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이 자연을 어떻게 다뤄왔는지,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그리고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관심이 있다면 IUCN 적색목록이나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를 통해 국내 멸종위기종 현황을 한번 살펴보는 것을 권합니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참고: 백두산 호랑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feat. 임정은 박사) [취미는 과학/ 48화 확장판] :
https://www.youtube.com/watch?v=zyDhvwbO_XI&list=PLkKcqR2KGxgzqeKZo1Rx93kJFokuVkpye&index=43